자취 첨 하는 인간

자취 1일차 - 그렇게 어른이 된다

백이언킹 2025. 3. 23. 21:41

그리 적지 않은 나이의 나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10대 그리고 20대를 보냈다. 

지방에 살아서 그런가 적당히 본가에서 돈을 아끼며, 모으며, 쓰며, 즐기며 사는것에 익숙해져있었다.

그렇게 나의 20대를 보냈다.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고 익숙하게 숨시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날의 30살에 자취를 하게되었다.

복을 발로 찬 것인지, 새로운 인생의 막을 연것인지 알수 없다.

 

그래도 그냥 시작되었다.

 

집을 보러다니면 순식간에 많은 정보와 빠른 결정들이 뒤따랐고, 

충동인지 아닌지 알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며

감정보다는 현실에 마주하게된다.

 

큰 돈을 들이고, 큰 짐을 빼내며, 혼자가된다

 

가족들이 땀흘리며 좁은 집에 옹기종기모여 짐을 정리한다.

작은 집에 둘 것이 왜이리 많은지

작은 집에 신경쓸게 왜이리 많은지

 

가족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자 작은 집은 꽤 살만한 집이 되어있었고

작은 집은 조용하고 넓은 집이 되었다

 

생각없이 살아가던 것들이

서랍장의 크기와 높이에 따라

화장실 배수구 위치에 따라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가지고 나에게  찾아온다

 

계란을 10개살지 30개살지 고민하고, 장바구니를 들고나오지 않아

양손에 많은 짐을 쥐어가며 낯선 동네를 눈에 넣어가며 걸어간다

 

허기진 삶에 순서가 생기며 나를 통제하고 운영한다

냉동 볶음밥에 비싸게 산 계란 한알을 구워낸다

처리하기 힘든 음식물을 생각하며 한입 한입 소중하게 비워낸다

 

부모님과 살때는 왜 몰랐던 것들이 지금 크게 다가오게될까

삐걱거렸던 시간들이 더 강해진 나를 위해 생긴것이라 

확신해야만해서 떨리지만

그래도 그래도 걸어간다